<1부> 농업, 포기할 수 없다
(1) 영세.고령농
전남 농업인 40%가 65세 이상
72%는 연소득 1500만원 이하
박준영 전남지사 등 관계자들이 지난 27일 진도군 임회면에 문을 연 진도대파 산지유통센터를 둘러보고 있다. 품목별 유통 주식회사는 전남 농산물의 판매를 늘리는데 톡톡한 역할을 해 기업농 유통의 성공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영암군 금정면에서 벼농사를 짓는 김진출(71)씨는 올해부터 농사를 그만둘지를 심각하게 고민중이다. 농사를 천직으로 알고 고향에서 50년가까이 벼농사만을 지어왔지만 한 해가 다르게 힘이 떨어져 고된 농삿일이 갈수록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대규모 기업농이 흔한 요즘 기준으로야 비교가 안되지만 김씨도 한때는 30마지기(6000평, 2ha)까지 지어 마을에서는 제법 부농에 속했다.하지만 지금은 자신과 도시에 사는 다섯 자녀들이 먹고 내다 팔면 그만인 5마지기(1000평) 수준으로 줄었다.
김씨는 큰 돈 들어갈 곳은 없지만 농사밖에 할 것이 없어 손을 놓지 못했지만 이제는 그럴만한 힘도 없어 농삿일을 그만둘까 생각중이라고 말했다.
장흥군 안양면의 정경선(68)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논농사는 7마지기로 김씨와 비슷하지만 소를 1마리 키운다는 점이 다르다. 소규모 벼농사와 축산을 겸한 전형적인 복합농인 정씨는 일도 힘들지만 최근에는 소값 파동까지 겹쳐 더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2년에 한번 꼴로 다 자란 소를 내다 팔고 있는데 소값이 너무 떨어져 헐값에 팔기도 아깝고 그렇다고 비싼 사료를 계속 먹여 키우기도 힘들다는 것이다.
FTA로 상징되는 농업의 자유경쟁 시대에 농촌의 고령화와 영세농이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농도인 전남은 인구 고령화에 따른 고령농 문제가 더욱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전남의 농업 인구는 39만6000여명으로 전체 인구(191만8000명)의 20.6%를 차지하고 있다. 전남 주민 5명중 1명은 아직도 농민인 셈인데 전국 평균 비율 12.9% 보다 많아 아직도 전남이 농도라는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그렇지만 65세 이상 농업 인구는 전남이 15만3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38.7%를 차지하고 있다.
고령농 비율은 전국 평균(31.8%)보다 훨씬 높아 10명중 4명 꼴이다.
경작 면적이 0.5ha(1500평) 이하인 영세농 비율도 전남이 전체 농가의 37.7%인 6만4264 가구로 높은 편이다. 고령농가운데 영세농 비율은 이보다 훨씬 높아 65세 이상 농민가운데 1ha미만을 경작하는 비율은 69.1%나 된다.
이들 영세 고령농들은 연 소득이 15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열악한 실정이다. 전남발전연구원이 65세 이상 고령농들을 대상으로 최근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연간 소득이 500만∼1500만원이 39.7%로 가장 많았다. 500만원도 안되는 농가도 무려 32.6%에 달하는 등 응답자의 72.3%가 연 소득이 1500만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들은 또한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농산물 가격변동을 꼽았다. 영농 규모가 작다보니 계획 영농이 어렵고 시류에 휩쓸리기 쉬운 탓이다. 무슨 작목이 잘됐다고 하면 그쪽으로 몰리다보니 수요가 공급을 초과해 가격 폭락이 반복되고 있다. 지난해 말의 배추 파동부터 최근 소 파동까지가 모두 이런 과정에서 빚어진 일이다.
이 때문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들은 농업의 규모화를 통해 경쟁력을 갖추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전남도의 경우 ‘들녘별 쌀농업 조직화·기업화’ 육성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이 사업은 50ha이상 들녘을 중심으로 쌀전업농 및 대규모 농가가 참여하는 법인체를 만들어 품종통일, 공동 육묘·방제·수확 등을 통해 생산비 절감과 품질향상을 꾀하고 있다. 지난해에만 32개 법인체를 만들었고 올해까지 50개, 2015년에는 100개까지 늘릴 방침이다.
전남도는 또 원예·특작분야도 비교우위 품목이나 시군 대표 품목을 중심으로 영농법인을 통합해 농업회사를 설립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매실·토마토·유자·고추·파프리카 등이 대표적인 품목으로 공동 선별부터 포장, 유통에 이르는 원스톱 처리로 생산비를 줄이고 소비자들의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
축산분야는 브랜드 명품화 사업 등과 연계해 소·돼지 등 축종별로 농업회사를 만들어 상당한 성과를 보고 있다. 녹색한우와 지리산순한한우, 함평천지한우 등이 대표적인 성공 법인들로 이들 전남산 브랜드 한우는 이번 설 매출만 112억원을 올렸다.
장덕기 전남발전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영세농을 하루아침에 기업농으로 바꿀수는 없지만 작목반이나 영농조합을 활성화해 더 늘리고 고령농의 경우 지원사업을 확대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