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 부농을 찾아/장흥 ‘표고 장인’ 장 홍 남 씨
소 사육 실패 딛고 표고버섯 전문 농업인으로 자리매김
시설재배로 유기농 상품생산·출하조절 등 통해 고수익
원목·인력 구하기 어려움 속 귀농인 길라잡이 역할도
“표고 키워 4남매 대학까지 보냈으면 성공한 셈이죠. 표고가 효자예요.” 1일 오후 장흥군 유치면 반월마을. 장흥댐 상류지역으로 물 맑고 공기 좋기로 소문난 이 마을에서 만난 장홍남씨(52)는 30여년간 표고버섯을 키워온 ‘표고 장인’이다. 야산에 둘러싸여 제대로 된 논·밭을 찾아보기 힘든 이 마을에서 표고 하나로 일가를 이룬 성공한 농업인이기도 하다. 도회지 생활을 일찌감치 접고 고향에 터를 잡은 귀농인이기도 한 그의 표고 이야기는 농촌을 바라는 젊은이들의 교과서이기에 충분하다.
“어려서 돈을 벌자는 생각에 무작정 서울로 상경했어요. 가난을 털어보자는 생각에서였죠. 서울 일대 공장을 전전하기도 하고 직장생활하며 어느정도 돈도 모았죠. 하지만 너무 적성에 맞지 않는 거예요. 아니다 싶을 때 곧장 고향으로 내려왔죠. 그때가 스무살 무렵이었어요.”
지난 1981년 고향인 유치면으로 귀향한 그는 서울생활로 모은 자금을 종자돈 삼아 소 사육을 시작했다.
“81년 소 사육을 시작해 2년만에 암소를 23마리까지 늘렸죠. 돈이 되겠다 싶을 무렵 축산 파동이 터졌어요. 전두환 정부에서 생우를 수입하면서 소값이 폭락했죠. 버티다 버티다 결국 포기했어요.”
가축 농사에 실패한 그는 곧바로 표고버섯으로 눈을 돌렸다. 오래전부터 마을 주민들이 주업으로 삼아온 버섯 재배를 눈여겨 본 덕이다.
“유치면 일대는 옛 부터 버섯 원목으로 쓰이는 참나무 숲이 울창해 표고 재배가 활발한 곳이었어요. 아름아름 해오던 표고 농사에 87년부터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어요. 참나무 구하기가 쉬워 노지에서 1만본으로 시작한 표고 농사가 해마다 2만본, 3만본씩 늘었죠. 농협 경매를 통해 판로도 걱정없었고, 시세도 좋았죠.”
90년대 말부터는 하우스재배를 병행했다.
출하시기를 조절해 상품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계획적 영농인 셈이다.
“노지에서 비교적 쉽게 재배할 수 있지만 시설재배를 통해 상품 가치를 높일 수 있죠. 강수량 등 일기 변화에 관계없이 온도와 습도를 확인하고 조절하죠. 무엇보다 가격이 좋을 때는 생으로 출하하고 그 외에는 저장고에 보관했다 시세를 보고 건표고로 출하하는 장점이 있죠.”
일본 견학 등 표고 하나만을 보고 쉼없이 달려온 그는 특유의 성실함을 밑천으로 노지 4만본과 시설재배 4만본 등 8만본에 달하는 지금의 농원을 일궜다.
표고 주산지인 장흥 유치면 일대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규모다.
장흥의 맑은 물과 토양 위에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고자 유기농 인증을 받았고, 2006년에는 지리적표시제도 등록했다.
지난해 표고만으로 8,000만원 가까운 순수익을 낸 장씨가 가장 신경을 쓰는 건 온도와 습도 관리다.
“온도는 버섯의 크기와 두께에, 습도는 버섯의 갈라짐과 색에 영향을 끼쳐요. 온도가 높고 습도가 낮으면 버섯이 발생하지 않아 더욱 신경을 써야 합니다. 하우스 재배를 시작한 가장 큰 이유도 두가지 조절이 쉽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시설재배를 통해 겨울철에 생산한 버섯은 갈라짐이 뚜렷해지는 등 상품이 좋아요. 출하시기를 늦추려고 차양막을 덮어 일조량을 조절하고 물주는 시기도 달리하고 있어요.”
좋은 버섯은 향이 좋고 씹는 촉감이 남다르다는 게 장씨의 설명. 버섯 갓이 두껍고 버섯 등의 갈라짐이 국화꽃 모양을 띨수록 상품성이 높다. 빛깔이 흰색에 가까운 ‘백화고’일수록 최상품으로 평가 받는다.
장씨는 지난해 9월 농협중앙회에서 선정한 새농민 본상과 함께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등 모범적인 농업인으로도 인정받고 있다.
고소득 실현과 우수농업기술개발로 모범이 되는 농가에 선정된 것.
“부지런히 한우물만 판 것이 인정받아 기쁘지만 갈수록 표고 농사짓기가 힘들어 지고 있어요. 원목인 참나무 구하기가 힘들어 가격이 오르고, 농촌 고령화로 인력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죠. 종균의 퇴화도 걱정이예요. 원균을 4번, 5번까지 배양하는 탓에 양이 예전만큼 나오질 않아요. 버섯 재배 환경에 좋지않은 기온도 자꾸 오르고요. 또 장흥은 대부분 건표고 위주로 판매하는데 시장에 가보면 생표고가 대부분 장흥산 간판을 달고 있는 것도 고민이예요. 워낙 이곳의 버섯 제품이 좋다는 반증이지만 엄연한 원산지 둔갑이죠.”
표고 하나로 1억원에 달하는 순수익을 내는 등 일가를 이뤘지만 최근에 또다른 ‘욕심’을 내고 있다.
과수 등 다른 작물로 눈을 돌린 것으로, 대봉감(9,000평)을 비롯, 도라지(6,000평), 오디(5,000평) 농사를 전북 고창에 짓고 있다. 단감보다 크기가 크고 당도가 높은 대봉감과 진액용을 쓰는 도라지 등은 올해부터 본격적인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그만큼 ‘부농’의 꿈도 가까워 질 것이라는 게 장씨의 기대.
장씨가 이장으로 있는 반월마을은 또 표고버섯을 재배하던 폐목으로 장수풍뎅이를 사육해 수입원의 다각화를 이루기도 했다.
슬로시티 녹색체험마을로 선정된 반월마을은 해마다 장수풍뎅이 축제를 열며 관광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
자신의 표고 재배 하우스를 교육장으로 개방하는 등 젊은 귀농인들의 길잡이 역할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
“버섯을 재배하면서 몸으로 익힌 경험을 들려주고 있어요. 온도가 크게 떨어져 얼어도 날이 풀려 녹으면 다시 크는 버섯의 특징 등을 알려주죠. 건조기와 에어콘 시설 등 무리한 투자는 금물이라는 조언들도 해주죠.”
표고 하나로 4남매를 키웠다며 예찬론을 펴는 그의 꿈은 뭘까.
“노지재배를 줄이고 하우스재배로 바꿔 나가는 대신 표고의 품질을 높이는 데 주력할 계획이예요. 고창에 짓고 있는 농사에도 더욱 신경을 써야죠. 농촌에 사람이 없어 인건비 등에 힘들지만 돌아온 농촌이 살만한 곳이라는 걸 보여줘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