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는 연구개발… 상황버섯 대중화 빛 발하다
- 작성일
- 2011-10-13
- 등록자
- 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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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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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보급·식품인증 이끈 버섯재배 선구자
지상재배법 특허 개발…기간 단축·수확량 ↑
친환경 명품버섯…유통·저장시설 지원 절실
“체험하는 테마형 직거래 판매점 만드는게 꿈”
12일 오후 장흥군 장흥읍 향양리 ‘문상영 상황버섯 농장’.
10여개의 비닐하우스가 늘어선 재배사의 문을 열자 후끈한 열기가 얼굴을 감쌌다.
쌉싸름한 버섯 향을 기대했던 콧잔등 위로 금새 굵은 땀방울이 맺힐 만큼의 덥고 습한 기운이다.
어른 팔뚝 길이의 빽빽한 원목이 틀에 매달린 재배사 안. 가지런히 배열된 원목들 사이로 배양한 지 2개월여가 지난 노란 빛깔의 상황버섯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국내 상황버섯 재배의 선구자로 불리는 문상영(43)대표의 땀과 열정이 녹아든 ‘작품’들이다.
짧게 자른 머리에 날카로운 눈빛, 옹골진 농군의 면모가 풍기는 문상영 대표.
상황과 영지버섯은 고온다습한 여건에서 키운다며 열기 가득한 재배사를 대수롭지 않은 듯 오가는 그는 군 제대 후 20여년을 버섯 하나에 매달려온 집념의 농군이자, 상황버섯의 효능을 입증하고 대중화시킨 인물이다.
“남들은 아니라고 했지만 어릴 적부터 농군의 길을 가고자 다짐했죠. 하지만 소규모 논농사, 벼농사에는 관심이 없었어요. 죽어라 일해도 그만큼의 성과가 없기 때문이죠. 그러다 버섯을 하면 돈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군대를 제대한 1992년 본격적으로 버섯 재배에 뛰어들었지요.”
그의 첫 선택은 영지버섯.
“고향인 장흥 안양면에 5,000평의 재배사를 짓고 영지버섯 재배를 시작했어요. 재배 기술 습득 등 어려움이 적지 않았지만 그럭저럭 꾸려갔고, 또 희망도 봤지요.”
7년여 간 영지버섯을 키우던 그의 첫 실패는 뜻하지 않게 IMF 외환위기와 함께 찾아왔다.
“IMF 전까지 국내 버섯 시장의 영지 수요가 많았지만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수요가 크게 줄었고, 가격도 급락했어요. 당연히 과잉생산에 따른 농가들의 줄도산으로 이어졌어요.”
외환위기 함께 찾아온 버섯 농가의 위기, 정확히는 영지버섯의 위기를 그는 상황버섯으로 돌파했다.
상황버섯의 면역 작용에 눈을 뜨고 재배를 결심한 것. 하지만 전국의 재배 농가를 돌며 배양 시기 등을 터득했지만 초기 상황버섯 재배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당시 상황버섯을 배양하는 나무토막 한 개 값이 3만원에서 5만원 정도 할 때였죠. 발로 뛰며 재배법을 익혔지만 버섯을 지면 재배방식으로 키우면서 토양의 불순물에 오염돼 중금속이 기준치를 초과했어요. 당연히 가공을 못했지요. 수확량도 낮아 경쟁력이 없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고요.”
재배법을 고민하던 문 대표가 고안해 낸 방법은 버섯 원목을 지면에서 띄워 재배하는 지상재배법. 땅에서 재배하던 기존 방식에서 과감히 탈피, 버섯재배용 틀을 만들어 지상에서 재배하는 새로운 방법은 성공적이었다.
“지상재배법을 적용했더니 수확기간이 절반 가까이 단축됐어요. 지면에서 재배하는 버섯과 달리 원목 밑면에서 자란 탓에 모양이 납작해 초기에는 오해도 받았지만 수확량도 크게 늘고 대 성공이었어요.”
지난 2002년 지상재배법을 특허출원한 문 대표는 어렵게 얻은 값진 성과를 버섯 농가들과 함께 했다.
원가에 가까운 4,000원에서 1만원에 농가들에게 묘목을 분양하고 재배 기술도 무료로 보급했다.
빚더미에 허덕이는 어려운 영농 현실을 극복하고, 조금이라도 더 많은 수입을 올려 다함께 잘 사는 농촌을 만들어 보자는 생각에서다.
“죽어가는 농촌을 살려보자는 생각에 기술 보급에 나섰어요. 생산자 조직을 만들어 공동판매도 하고 버섯 가공품 생산 등 분야를 넓혀 보려는 구상도 있었고요.”
그의 구상은 2005년 주식회사 설립으로 이어져 전국 40여 농가가 참여하는 회사를 설립, 홈쇼핑 등의 진출을 시도했다.
상황버섯이 식품 인증을 획득한 것도 이 때다. 그는 자비를 들여 농가와 관련기관을 방문하고, 대전의 생명공학연구소 김영국 박사팀에 독성검사를 의뢰해 식품인증을 받았다. 면역 강화 등 기능성도 검증 받았다.
그는 같은 해 재배기간 단축 및 수확량 향상 등 버섯 농가의 변화를 주도, 농가 소득증대 기반 마련에 기여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농림부장관 신지식농업인장 인증을 받기도 했다.
“당시 묘목 판매 등으로 한해 10억원에서 많게는 20억원의 매출을 올릴 때였죠. 판로 확보 등을 위해 전국의 재배 농가를 끌어모아 주식회사를 설립했어요. 식약청의 식품 인증도 받았고요. 업체들의 가공식품 참여도 활발히 이어져 생산농가도 늘고 상황버섯 시장도 크게 확장됐었죠.”
하지만 또 한번의 좌절이 찾아왔다.
국내 유명 홈쇼핑 진출 등 본격적인 유통을 앞두고 돌연 일부 농가들이 단독 홈쇼핑 유통을 단행한 것이다.
홈쇼핑 유통을 준비하면서 상황버섯 가공식품의 상품성에 자신감을 갖게 된 일부 농가들이 다른 홈쇼핑 업체와 단독 판매계약을 맺는 바람에 나머지 농가들의 홈쇼핑 참여가 물거품이 됐다.
결과는 모두의 실패. 제품 판매를 위해 동분서주하던 문 대표의 상실감도 그만큼 컸다.
“당시 단독으로 홈쇼핑에 참여한 농가들은 그야말로 반짝 수익을 내는데 그쳤어요. 상황버섯의 붐을 형성하기에도 역부족이었죠. 수입제품이 밀려왔을 때 제대로 대응도 하지 못했죠. 모두의 실패이자 공멸이었어요. 어렵게 만든 주식회사도 2008년 말 깨졌죠. 당시 고향의 농장도 살피지 못해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냈어요.”
열정의 농사꾼 문 대표는 그러나 다시 일어섰다. 그리고 다시 간판을 내걸었다.
지난해 5월 (주)한국기능성버섯산지유통센터를 설립한 것.
개인 농장이지만 유통센터라는 간판을 단 것도 다른 농민들의 참여를 위해 문을 열어 놓겠다는 생각에서다.
백화점과 농협 하나로 마트 등 판로도 다시 확보했고, 상황, 영지, 표고 등 질 좋은 버섯 생산에 매진했다.
현재 10명의 직원과 함께 연간 5t의 상황버섯을 비롯, 한국인삼공사와 납품계약을 맺은 영지버섯 6t, 올해 첫 수확하는 건표고버섯 2t을 생산하고 있고, 꾸준히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실패하면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열정으로 버섯 재배에 매달렸어요. 50%에 달하는 생산원가에 인건비, 유통비, 대량으로 구매했다 다시 돌려주는 업체들의 반품 등을 감안하면 어려운 현실이지만 이겨내고 있어요. 지난해 5월 간판을 내건 이후 5억원 남짓한 매출을 올렸고, 올해 말까지는 매출이 10억원 가량 될 것으로 보고 있어요.”
성공과 실패, 숱한 좌절을 이겨낸 문 대표지만 그가 느끼는 어려움은 아직도 많다.
회전이 원활치 못한 자금 사정과 유통·저장 시설의 절대 부족이 우선 꼽힌다.
그는 “정부가 생산자들의 의견을 구하고서도 정책 입안 과정에서는 전혀 반영하지 않고 있다”며 “정부가 멀리 보고 유통구조 개선과 저장 시설 지원 등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획기적 재배 기술을 개발, 최고의 명품 상황·영지버섯을 생산하고 있는 그의 꿈은 뭘까.
“지난 2003~2006년 사이 전국 4,000여곳에 달하던 상황버섯 재배 농가가 지금은 300여곳에 지나지 않아요. 광주전남은 손에 꼽을 정도고요. 버섯 농가의 확대와 더불어 현재 실험단계에 있는 가공품 생산이 목표예요. 제품에 기능성 표기가 가능한 기능성 개별인증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것도 가공품 생산을 위해서지요. 버섯을 먹고 체험하고 판매를 함께하는 테마형 직거래 판매점도 만들고 싶네요.”
버섯 종균사, 종자 기능사 등의 국가기술자격증을 비롯, 20여건에 달하는 실용신안·특허를 보유하는 등 버섯으로 일가를 이른 문상영 대표. 그는 “농사를 통해 잘사는 농촌이 됐으면 하는 마음은 여전히 변함없다”며 “버섯을 통해 그 꿈을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