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친환경배추 복지시설에" 귀농 9년차 고남석씨 사연
출처 : 무등일보(2011. 7. 12)
"판로 큰 걱정 경매시설 시급"
무역회사 뒤로하고 귀농 난관의 연속
인건비도 못 건져 "땀 가치 알아주길"
"귀농한 지 9년차를 맞고 있지만, 농사는 여전히 힘든 일입니다. 최근 배추와 양파 가격이 폭락해 인건비 조차 건지지 못해 사회복지시설에 이를 기부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일 찾아간 함평 함평읍 만흥리 고남석(50)씨 함평천지생태농장. 생태농장에는 배추를 좋아하는 일명 배추 소와 양파를 좋아하는 양파 소가 방목된 상태에서 푸른 들판을 누비고 있었다.
소를 방목하는 이유는 친환경 농법으로 농약을 하지않기 때문에 소를 먹일 수 있어서고, 직접 밭에서 퇴비가 재생산되기 때문이다.
고씨는 지난 2003년부터 그렇게 어렵다는 유기농법으로 배추, 양파 등의 농작물을 생산하고 있다.
그런 고씨에게 올해 큰 근심이 생겼다. 배추와 양파 산지가격이 곤두박질 치면서 인건비 조차 건지기도 못할 상황에 처한 것.
이에 고씨는 친환경 배추와 양파를 복지시설에 내놓기로 했다.
현재 고씨의 생태농장을 방문하면 복지시설의 크기와 비례해 한정적으로 채취해 가져갈 수 있다. 현재 방문한 복지시설 기관만 50여개가 넘고 배추만 수천포기에 달한다.
이날도 어김없이 담양의 한 요양시설에서 배추와 양파를 캐고 있었다.
요양보호사 김정순(64·여)씨는 "처음에 공짜로 친환경 농작물을 준다고 해서 의아해 했는데, 직접 체험해 보니 농장주인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며 "좋은 상품을 시설에 계신 노인분들에게 제공할 수 있어 기쁜 마음으로 오게 됐다"고 말했다.
고씨는 대학을 졸업하자 마자 무역회사를 차리고 한 때 잘나가는 CEO의 위치까지 올랐다.
그러나 조상(7대) 대대로 농사를 지어온 이 농장에 대한 애착을 떨쳐버릴 수 없어 결국 일본 생활을 접고 귀농의 길을 선택했다.
자신감으로 찾은 '귀농의 길'이었지만, 고씨에게는 모두가 새로운 난관이었다.
친환경농업으로 눈을 돌리고 나서 잦은 실패가 반복됐지만, 지금은 1만3천223㎡에서 3모작(봄배추, 양파, 월동배추)을 할 정도로 수량이 늘어나고 있다.
유기농법에 도전한 지 9년 째인 고씨는 "주로 공판장으로 출하하고 있지만 차별화된 값을 받을 수가 없다"며 "친환경농산물을 경매할 수 있는 시설이 전국에 많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고씨의 꿈은 소박하다. 친환경농산물을 많은 사람들에게 제공해 그 가치를 알아줬으면 하는 것이다.
"이제 친환경농법을 익혀 판매까지 하니 얼마나 여유로운지 몰라요. 우리 농장에 오면 다양한 농촌체험을 할 수 있으니 세상 살아가는 맛을 한층 북돋아 줄 겁니다."
고씨의 얼굴에 웃음꽃이 활짝 피었다. 박지훈기자